(사진= 채널A 화면 캡쳐)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관 후보자가 그 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조직을 이끌고 국민들에게 설득할 만큼의 도덕성이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책임지고 그 직을 수행해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이끌어주는데 적당한 인물인지를 따지고 국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지금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국회에서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대선이라 인수위원회도 없이 바로 업무가 시작되어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이번 정부의 인사를 보면 의회 권력인 민주당을 행정부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인사 청문 과정에서 보여주는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보면 무슨 기준과 원칙으로 후보자를 지명했는지, 혹시라도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심에 대한 보은 인사가 아닌지 국민들은 의아할 뿐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이재명 정부가 인사청문회는 ‘하루만 버티면 되는 요식행위’로 밖에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증인채택도, 자료 제출도 없이 오로지 후보자의 머릿속의 기억과 입에서 나오는 말을 믿어달라는 앵무새 같은 소리를 듣고서는 청문회 무용론이 차라리 설득력이 있었다. 향후의 장관 청문회는 하나 마나 한 게 아니냐는 낭설이 허투루 돌아다닌 것이 아니란 것을 청문회가 거듭될수록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힘없는 약자를 품어주고 소수를 다독여야 할 여성가족부 장관의 자리에는 같이 일했던 보좌진의 재취업을 방해할 정도로 인성이 안 된 갑질 대마왕을 앉혔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인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교육부 장관에는 국내에서 자녀 공교육을 시켜본 적도 없고 교육 행정에 대한 기본지식이 전무한 것도 부족해 제자의 논문표절로 얼룩진 사람을 임명한다. 국방부 장관에는 방위병 출신을 앉혀 군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보훈부 장관에는 꿀만 찾아다니며 무노동 유임금으로 얼룩진 보은성 인사를 했다.
이뿐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의 외교부 장관까지. 하기사, ‘배추밭 경제학’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평생을 남의 주머니돈으로 살아온 사람이 국무총리를 하는 나라에서 장관들의 이 정도 허물이야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또한 과거를 가지고 미래에 행할 일을 잣대로 삼지 마라고 억변을 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 인재가 그렇게 없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를 국민 추천제를 통해서 받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랬다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 누가 왜 이런 사람들을 무슨 이유로 추천했고, 어떤 부분을 강점으로 봐서 했는지 밝혔어야 했다. 그냥 해당 상임위에서 오래 활동했고, 대학 총장을 지냈고, 해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는 정도의 설명으론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지난 대선에서 과반 지지에 실패했지만, 국정지지율은 7월 14일 64.6%, 민주당은 52.6%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들은 언론에 나와서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현장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가족을 잃은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가슴에 돌덩어리를 안고 사는 유족들을 만나서 위로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민생지원금을 살포해서 경기를 회복하겠다고 일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 오백 년’을 쓴 신봉승 작가는 ‘민심은 바위와 같이 단단한 것이 아니라, 물과 같아서 두려워는 하되 믿어서는 안 된다’고 기록했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에는 국민들이 일하지 않고 내·외부의 정적 죽이기에만 몰두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기저효과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이재명 정권과 여당의 지지율이 높다고 능력이 부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될 것이다. 신기루같은 지지율에 취해 ‘인사는 만사’라 했는데 ‘망사’가 되는 순간 국민들은 냉정하게 돌아설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인사정책에 대해서 ‘물소떼 전략’을 지론으로 거론한 적이 있다. 그는 “물소들은 강을 건널 때 맹수들에게 잡아 채이지 않으려 우르르 한꺼번에 뛴다. 검증 때문이라도 급할 것 없으니 일단 차관 체제로 가고 한꺼번에 몰아서 인사 명단을 발표했어야 했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즉, 장관 후보자들을 한 명씩 발표하면 야당의 집중포화를 견디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번 장관 후보자들을 일괄적으로 발표하고 여론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후보자들에 대해 청문회 전에는 '청문회를 보고 나서'라고 이야기하고, 청문회가 끝나자 '여론을 살핀다'고 시간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물소떼 전략’으로 장관들의 청문회가 끝나는 다음 주를 기화로 국민들의 여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일괄 임명하겠다는 꼼수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권은 민심이란 호도해서는 안 되고 받들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민심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두 명의 대통령을 탄핵시킬 정도로 국정권을 지지하는 바위도 되지만, 권력을 남용하면 매섭게 끌어내려 빠트리는 물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김건우 정치에디터(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