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사진=윤희숙 페이스북)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6일 송언석·윤상현·나경원·장동혁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며 인적 쇄신을 들고나온데 이어 중진들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어 국민의힘이 혁신이냐, 내홍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윤 위원장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간 당을 이끌어오신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절실하므로 희생과 헌신을 결단해 달라고 요쳥했다.
그는 “어제 제가 실명을 거론한 것은 현재 국힘의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라며 “내란 프레임을 지금 확실하게 벗어나지 못하면, 앞으로 10년간 절대소수 야당으로 지리멸렬하거나 내란당이란 오명으로 공격받아 부서지는 길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2004년 차떼기로 당이 존폐의 위기에 처했을 때 당 대표를 필두로 37명의 중진들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당을 소생시켜 젊은 정치에 공간을 열어줬다”라며 “지금의 중진들은 그분들이 열어준 공간에서 정치를 해오신 것”이라며 과거를 소환했다.
그는 “그때처럼 당의 중차대한 과오로 국힘은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다”며 “나라와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해오신 중진들께서 아름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중진들의 희생과 헌신을 요구했다.
윤 위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로 밀어 넣고 있는 송언석·윤상현·나경원·장동혁의원 은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의 모습을 개탄하며 혁신위원장으로서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다. 첫째, 인적 쇄신 1차분”이라며 4명의 의원들을 압박했다.
윤 위원장은 두 번째 방안으로 “국회의원 전원은 계파 활동 금지 서약서를 제출하라”며 “20일 의원총회를 연다는 데 이 자리에서 107명 의원 전원은 계파 이익 추구 활동을 근절하고, 당의 분열을 조장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면서 그 서약서를 국민께 제출하라”고 강요했다.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쌍권과 전직 당 지도부가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인적 쇄신안에는 가장 깊이 연관된 사람”이라며 “뒤따라 올 쇄신안이 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이른바 ‘윤 어게인’(YOON Again) 인사들인 윤상현 의원과 장동혁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 당 지도부가 참석한 것을 두고 “그곳에 간 의원들은 계엄을 계몽이라 생각하는 거냐”며 “국민과 당원에게는 계엄이 악몽이다. 그간 당의 혜택을 많이 받은 중진이란 분들이 혁신을 면피수단으로만 삼으면서 실제로는 과거로의 회귀를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제대로 단절하라는 당원들의 여망을 배신하고 오히려 더 가깝게 붙으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며 “광화문의 광장 세력을 당 안방으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윤 위원장의 거취표명 요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위원장의 ‘광화문의 광장세력을 당 안방으로 끌어들였다’는 지적에 대해선 “전혀 공감이 안 된다”며 “윤어게인 발대식 등 행사 내용을 모르고 행사에 참석했고, 축사를 준비해 갔다가 현장 분위기를 보고 행사장을 빠져나왔다”고 해명했다.
장동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에서 마음 떠나간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더니 거취를 표명하란다”며 “지금 거취를 표명해야 할 사람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인데, 윤 위원장의 오발탄으로 모든 것이 묻혀버렸다”며 응수했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를 치시라. 언제든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혁신이라면 저를 먼저 혁신위원회로 불러달라.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답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윤 위원장이 인적쇄신을 하게 된 계기는 송 비대위원장과 정점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14일 윤상현 의원이 국회박물관에서 주최한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공화 리셋코리아를 위하여’ 토론회에 참석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가 연사로 나와 부정선거 음모론을 거론하며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잃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전씨는 15일에도 장동혁 의원이 주최한 다른 토론회에도 참석하여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