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민주당 제공)

이재명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반도체특별법 무산,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에 제발 정쟁 앞세우지 맙시다”며 17일 ‘반도체 특별법’ 산자위 소위 통과가 국민의힘의 반대로 불발됐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주52시간 예외 조항’ 없이 어떤 것도 합의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몽니로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산업 경쟁력’이 발목 잡히고 말았다”고 비판하며 “국민의힘은 도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계엄으로 국가경제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고도 부족합니까. 반도체산업이 망가지더라도 민주당이 하자는 것은 기어코 발목 잡아야겠다는 것입니까”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성장과 분배가 상호 보완 관계이듯 기업 발전과 노동권 보호는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니다”며 “‘주52시간 예외’ 는 노동총량은 유지하되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로시간 조정을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노사간 오해를 풀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답을 찾아 나가면 된다”고 민주당의 입장을 옹호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특별법에서 중요한 것은 위기에 봉착한 반도체산업을 살릴 지원 조항들”이라며 “이미 여야 모두가 합의했다. 위기에 놓인 반도체산업과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견 없는 부분부터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 촉구한다. 부디 더는 조건 붙이지 말고, 합의 가능한 반도체 특별법부터 우선 처리하자"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첨단기술은 국력이자 경제력이며, 국민을 지킬 ‘안보력’이다. 여야가 함께 우리 산업도 노동자의 삶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변화의 물꼬를 터보자. 민주당은 국민의 삶에 유용하다면, 어떤 정책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마무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권성동 페이스북)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절실한 요청을 묵살해버렸다”며 “육상선수 발목에 족쇄를 채워놓고 열심히 뛰라고 응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민주당이 '주52시간 근로제 예외조항'을 제외하고 검토하는 데 대해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이재명 대표는 반도체법 토론회 사실상 유연성 확보에 동의했다”며 “그런데 불과 2주 만에 입장을 또 바꿨다. 요즘 들어 성장을 외치는데 정작 성장하는 것은 이 대표의 거짓말 리스트뿐”이라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미국 엔비디아와 대만 TSMC의 근무 사례를 언급하며 “경쟁국이 밤낮으로 뛰고 있는데 한국 반도체 산업만 민주당 때문에 주52시간제에 묶여 있다”며 “반도체 연구·개발은 미세공정, 고밀도 집적회로 설계 등 기술 난도가 높다. 게다가 고객별 맞춤형 제품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는 업무 성격 상 엔지니어의 근로 시간 유연성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를 향해 “이것 하나만 봐도 이 대표가 외치는 친기업·성장은 거짓말”이라며 “조기 대선을 위해 표를 얻기 위한 기회주의적 술책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여야는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을 포함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반도체 특별법 소위 통과는 불발됐었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반도체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며, 반도체 산업 패권을 놓고 첨예한 경쟁을 벌이는 반도체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에는 합의한 상태다.

다만, 핵심 쟁점인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을 상대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두는 내용을 반도체법에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여당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이 주52시간 근로제에 묶여 있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 날로 약화하고 있으므로 특별법에 이 규정을 담아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반도체법 내에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넣지 말고, 정부의 세제 지원 등 합의된 내용만 우선 통과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법에 이 예외조항을 신설할 경우 다른 전략 산업 분야도 같은 요구를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근로기준법상 주52시간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를 반영한 조처라고 본다.

국민의 힘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추후 산자위 소위를 다시 열고 반도체법을 계속 심사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