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방과후'복마전...실내스크린 밀실접대·담합까지[단독]

'바지 여사장' 앞세운 사업자 골프연습장 교장들 출입
여사장이 회식에서 강사들에게 "교장 포섭" 호언장담
미리 발설한 내용대로 입찰 진행, 친인척 간 담합 의혹
전교조 경북지부, 포항 모 초교 방문 등 진상 파악 나서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3.12.28 19:19 | 최종 수정 2023.12.30 10:31 의견 0
포항의 한 초등학교가 운영위원회에 제출한 '방과후학교 계획변경계획(안)'. 개인위탁과 업체위탁에 대한 장단점 비교에서 업체위탁에 더 비중을 뒀음이 드러난다. (사진= 제보자 제공)

속보='늘봄·방과후 전체위탁, 예산퍼주기에 멍드는 초등교육'<본지 17일자 단독보도>의 실태가 학교장과 업체 간 결탁, 위탁사업자의 골프연습장을 이용한 접대 로비 등 부패정황이 확인되면서 검·경 수사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학교 안팎 관계자들의 제보에 따른 뉴스포레의 취재 결과, 포항의 방과후학교 위탁업체 A사의 실제 업주 B씨는 지난 2019년 북구 소재 사무실 옆 학원장 C씨를 이른바 '바지 여사장'으로 고용해 위탁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B씨는 2019년부터 북구 장성동에 스크린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면서 초등학교 교장들을 접대해왔으며,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집합금지 의무를 어긴 채 야간에도 골프와 술 접대를 했다는 후문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해 이 업소를 자주 이용해왔다고 지목된 D학교장은 "교직 선배들과 몇차례 부부동반으로 이용을 한 적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하지만 모두 비용을 지불한 만큼 업무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의 방과후 위탁을 맡고 있는 A사가 각종 혜택을 받고 있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평소 실제업주 B씨에게 운전을 맡기는 등 밀접한 친분 유지의 댓가라는 것.

구체적으로 이 학교는 이달초 방과후학교의 공개수업을 취소, 전시회와 발표회로 대체하고 실적보고와 운영평가회를 명목으로 교장, 교사, 강사, 업체대표 등이 참석하는 회식을 열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포항 관내 초등학교에서 공개수업을 한번도 열지 않은 유일한 학교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수업은 자녀의 학업 성취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강사와 업체들의 부담도 크다"면서 "교장과 업체와의 결탁 의혹이 지적돼 온 현실에서 특혜 시비를 자초했다"고 강조했다.

이 학교는 이날 발표회 뒤 업체에 비용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과학, 체스, 한자 등 발표에 참가하지 않은 과목의 강사비 전액은 물론 재료비까지 100% 지급해 부정 지출 논란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D학교장은 "공개수업 취소는 이달초 대학원 수강으로 인한 개인 사정으로 실무자들에게 확인하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면서 "비용 지출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과후학교 위탁업체의 실제 사업주가 포항 북구에 운영하며 학교장 등에 대한 접대 장소로 이용했다고 지목되는 실내골프연습장. <사진= 네이버 지도>

실제 업주 B씨에게 사적인 운전을 맡겼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지난 5월 서울 업체의 프로그램 견학을 위해 출장을 내고 승용차 운전을 맡긴 적이 한차례 있다"고 해명했다가 "확인해보니 KTX를 타고 갔다"며 답변을 번복했다.

이달초 북구의 한 대형 횟집에서 평가회 명목으로 열린 회식에서 여사장 C씨가 강사들에게 공공연하게 한 발언에서는 교장들에 대한 로비는 물론 입찰 정보 사전 유출 정황도 확인됐다.

이날 C씨는 교장과 교사들이 옆방에 있는 데도 불구하고, 'D학교장은 이미 포섭돼 서로 짜고 칠 것' 'E학교 입찰은 설명회 대신 서류 심사로 대체할 것' ' 내년 본격 시행되는 늘봄이 정말 돈이 될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실제로 며칠 뒤 게시된 E학교의 입찰 계획은 C씨의 말처럼 서류 심사로 결정됐다. 또 입찰 결과, 단 두개 업체가 참여한 입찰의 투찰률은 C여사장 업체의 99.135%보다 낮은 업체가 써낸 98.635%에 낙찰됐다. 확인 결과 낙찰 회사의 대표는 C여사장을 고용한 실제업주 B사장의 형수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 제보자는 "정상적인 업체라면 이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응찰했을 것"이라며 "두 업체가 특수관계인 만큼 담합 정황은 충분하며 실제로 최근 낙찰 받은 업체에 C여사장 업체의 강사를 투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조 경북지부는 본지 보도를 계기로 즉각 현장 조사 등 진상 파악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보도 다음날인 18일 문제가 지적된 학교장을 방문해 면담을 한 결과, '사실과 다르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방과후학교 확대와 내년 늘봄교실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육 예산 낭비와 교육의 질 저하 등 우려에 대해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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