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김기현 대표(사진=뉴시스)

국민의 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로 이철규사무총장을 비롯한 임명직 당직자 전원물갈이를 한 이후에도 그 후폭풍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기현대표는 '총선 실패 시 정계 은퇴하겠다'며 재선의 이만희 사무총장 등 신임 당직자를 구성하며 대표직 수행 의지를 밝혔다. 이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 불출마를 걸고 다짐을 해야지 총선 지면 당연히 정치판에 붙어 있을 수가 없는데 정계은퇴 운운은 뜬금 없다"며 김 대표의 쇄신 의지를 직격했다.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국민의 힘 당대표가 된 지 7개월 만에 김기현 대표는 정치 인생 최대의 난관에 봉착됐다. 앞서 전당대회 당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나경원 전 의원을 용산 대통령실이 유·무언의 압력으로 사퇴시켰다.

또한, 나란히 당대표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에게는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이 “안철수, 아무 말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며 조롱에 가까운 대응을 했다. 심지어 "대통령과 안 후보가 동격이냐?"며 이 정부 출범 전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후보에게 '윤석열대통령과의 연결고리는 없다'는 투로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김기현 대표 만들기에 용산이 개입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당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까지 한다'는 당헌을 개정해서 정적들의 출마 의지를 무력화시킨 용산과 친윤들은 결국 김대표 체제를 옹립하는데 성공했다. 급기야 용산은 사무총장과 부총장, 여의도연구원장 등을 친윤들에게 장악시켜 허수아비 당대표를 만들고 국민의 힘을 2중대로 전락시켰다.

그러던 중 김기현 의원에게 대표의 권한을 누리고 존재감도 드러낼 기회가 왔다. 그것은 양날의 검이었다. 김대표는 자신에게 향하는 칼날 끝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에만 사로잡혀 해서는 안될 일에 승부수를 띄웠다. 용산에 “아니되옵니다”라는 한마디가 어려워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라는 충성맹세를 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태우 구청장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하면서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여러 차례 언론 등을 통해 누설한 혐의로 기소되어 지난 5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며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귀책 사유가 있었던 만큼 국민의 힘은 후보를 공천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용산은 광복절 사면 명단에 김태우 전 구청장을 사실상 맨위에 올려 넣었다. 용산의 의중은 김태우가 재출마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고 김기현 대표는 리더십을 되찾을 호기로 생각하고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17%가 넘는 차이의 참패였다. 선거기간 야당의 이재명대표는 죽음을 불사하는 단식투쟁으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게 만들었고, 강서구청장 선거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김기현대표가 어용이 아니라 국민의 힘을 진정 대표하자고 했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김태우 공천은 아니되옵니다. 김행 장관 후보자는 지명을 철회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했어야 옳았다.

정치적 상상력으로 당밖의 입장까지 빌린다면 "아무리 죄가 미워도 단식 중인 야당대표에 대한 영장청구는 시기적으로 보류해야 합니다” 정도는 했어야 중도층의 지지를 얻고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여당의 대표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지 않았나 본다.

국민의 힘은 지난번 국회의원선거에서 황교안 대표가 아스팔트 우파와 연합하면서 지금의 여소야대 정국을 불러왔다는 것을 기억상실했다. 그리고 또 다시 문재인 정부에게 당했던 '검수완박'식의 통치에 대한 앙갚음에 나선 패권주의 정치에 마치 꼭두각시를 자임하고자 한듯 그 선봉에는 김기현 대표가 우유부단해 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지금이라도 진정 살고자 한다면 "전략공천은 없다. 공천권을 당원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렇게 본인은 당연하고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명직 당직자들 또한 불출마를 선언해야 자신도 살고 국민의 힘까지 내년 선거에서 바늘구멍 같은 사활을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당직자 몇 명 바꾸고 구차하게 내년에 국회의원 한번 더 연명하고자 한다면 살아 있어도 죽은 것 보다 못 할 것이다. 결코 용산과 각을 세우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닙니다,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한마디 할 줄 아는 대표가 되어보라는 것이다. 당을 위하고, 국가를 위해 여기 저기 눈치나 보듯이 좌고우면 하지 말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철학을 소신 있게 펼쳐 보이길 당부한다.

맹자가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뒤에 남이 그를 업신여기며, 집안은 반드시 스스로 훼손한 후에 남이 그 집안을 훼손하며,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공격한 뒤에 남이 그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김기현대표는 남은 정치적 인생을 기본으로 돌아가 개인의 위상을 바로 세워서 국민의 힘을 정치의 중심에 세우고,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위해 사즉생의 선택을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