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14세. (사진= YTN캡쳐)
바티칸은 8일(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14억 카톨릭인들의 새 수장이 된 레오 14세는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인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고 첫 인사를 했다.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에 이어 북미 출신 교황이 선출되자 유럽에서 교황이 탄생하기를 바랐던 프랑스를 비롯한 국가들은 교황의 권위가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를 개최한지 이틀 만에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네 번째 투표만에 새로운 교황을 선출했고 새로운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로 정했다.
8일 오후 6시 7분,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새 교황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며 드라마가 펼쳐졌다. 한 시간 남짓 후, 프랑스 추기경이자 초대 부제인 도미니크 맘베르티는 “교황이 탄생했다(Habemus Papam)고 선언했다.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방식은 투표에 참여한 추기경(133명) 2/3이상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투표법이다.
이번 콘클라베는 장기간으로 갈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지만, 24시간 23분 동안 진행된 이번 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5차 투표에서 당선되고 베네딕토 16세가 4차 투표에서 당선된 지난 두 차례 콘클라베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교황 선출 발표 후 레오는 밝은 빨간색 어깨 덮개와 화려하게 수놓은 스톨을 착용하고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후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시며, 악은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되풀이하며, “우리는 선교하는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하며, 이 광장처럼 항상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교회가 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라고 첫 메세지를 전했다.
새 교황이 탄생한 건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17일 만이며, 공식 취임식은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레오 14세가 교황에 선출된 배경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이면서도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어서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평가받은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1955년생으로 미 시카고 태생인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페를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봉사했던 사제에서 바티칸의 권력 있는 자리로 끌어올려 교회의 위계질서를 확립하는 데 앞장서게 한 후원자가 바로 선대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레오 14세는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이며, 교황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인 교황청 주교부장관으로 임명됐었다.
주교부장관 재임 시 주교 후보자 명단을 결정하는 투표단에 여성 3명을 처음으로 포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주도하는데 앞장 선 것으로 전해진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유럽이 아닌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 탄생한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큰 영광입니다”며 “미국 출신 교황님을 모시게 되어 정말 큰 영광입니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