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27일 새벽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수사에 제동이 불가피한 검찰이 과연 영장을 재청구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도 이 대표가 백현동 의혹에 관여한 의심이 든다고 하면서 여지를 남겨 수사의 불씨는 남았다는 관측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이날 아침 출근길 청사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이라고 밝혀 영장 재청구 여부와의 연관성을 두고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에 대한 결정 내용은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며 "검찰이 그간 절차에 따라 공정히 수사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에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체포동의안 설명 때도 말했듯 관련 사안으로 21명이 구속됐다. 무리한 수사라는 말에 동의하시는 국민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한장관은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범죄 수사는 진실을 밝혀 책임질 만한 사람에게 책임지게 하는 것"이라며 "동력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시스템이 동력"이라고 했다.
이처럼 한 장관이 여전히 이 대표 사건 수사에 강력한 의지를 고수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검찰의 영장 재청구는 만만치 않은 한계가 있다.
검찰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1표 차로 극적으로 통과된 뒤 이 대표의 단식 투쟁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단식으로 쇠약해진 이대표가 곧바로 실질심사 출석을 결정한 데 이어 영장이 기각되는 등 상황이 극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치적·사법적 명분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이대표를 압박해온 여론의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검찰이 이미 한차례 영장이 기각된 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을 다시 요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출입 기자단에 795자 분량의 기각 사유를 전했다. 통상 기각 사유 설명이 10~20여자에 그치는 전례에 비해 이례적으로 구체적이다.
유 부장판사는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염려로 큰 주제를 나눈 뒤, 위증교사·백현동·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각각 판단해 종합한 결과를 밝혔다.
우선 백현동 의혹에 관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서 배제되는 과정에 이 대표가 관여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하기 때문에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됐다고 봤다.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평가는 보다 직접적이다. 유 부장판사는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검찰의 혐의 소명이 부족했다는 의미로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 부장판사도 백현동 의혹에 대해 이 대표 관여가 의심된다고 밝힌 이상 이 대표도 타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증거인멸 염려도 인정되지 않았다. 위증 교사와 백현동 의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인적·물적 증거가 있기 때문에 증거인멸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이 핵심적으로 주장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논란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 자료는 부족하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 진술은 재판부가 신빙성을 판단할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압박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 정치인이 지난 7월 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부지사와 접견하면서 "위에서 '검찰이 탄압해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옥중 서신을 써달라고 한다"라고 말했다는 녹취록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이 대화에서 '위'는 이 대표 등을 뜻한다고 봤다.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이 전 부지사의 아내의 연락처를 전달받은 문자 메시지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이 번호로 이 전 부지사의 아내에게 연락했고, 검찰 진술을 뒤집는 진술서를 언론에 공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위증 교사 혐의를 받는 것도 증거인멸 염려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재판이 열리면 같은 방식으로 말 맞추기를 할 우려가 있고, 진술을 한 참고인 대부분이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근무했던 하급자인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 부장판사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해서 어떤 작용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증거를 검찰이 대지 못했다"는 변호인 주장이 현 단계에서 타당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유 부장판사는 구속 사유 중 하나인 도주 우려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 재판을 회피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배재로 200억 손해를 입힌 혐의, 스마트팜 및 방북 비용 8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북한에 대신 납부하게 하고 부정한 청탁을 받은 혐의, 검사 사칭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 위증 교사 혐의 등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