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칼럼]'K-잼버리·위기극복DNA'라는 플레시보
재임 기간 비례 대통령 책임론은 포항지진 당시와 유사
현 정부 '행정의 연속성', 전 정부 해창갯벌 선택 등 책임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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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08:45 | 최종 수정 2023.12.3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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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영화 '파워 오브 원'(Power of one)은 백인 식민주의자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인종차별 실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그 착취의 시작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보어전쟁'에는 지금 우리 사회를 새만금의 해창갯벌에서 못 헤어나오게 하는 잼버리대회의 흑역사가 배어 있다.
영국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과정에 소년 척후대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907년 런던의 한 섬에서 청소년 20명의 야영을 계기로 세계스카우트의 창설을 이끈 영국이 '2023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에 가장 많은 대표단을 참가시킨 배경은 이 같은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잼버리는 새롭게 변모해왔다. 잼버리대회는 청소년들이 스카우트 정신에 담긴 호연지기와 규율, 리더십과 연대의식을 한마당에 모여 수련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갇혀 자칫 사람과 자연이라는 세상의 실체와 멀어지기 쉬운 시대에서 야생의 위험과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스카우트정신은 기특해보일 지경이다.
문제는 어른들이었다. 새만금대회의 위기는 폭염과 태풍보다 더 무서운 탐욕과 분열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패착의 완성판은 이제부터 더 정점으로 치달을 ‘네탓 공방’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이미 각자의 책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서로 쟁점인 것처럼 대회 유치 시점과 두 대통령의 재임기간별 준비 책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잼버리를 포항지진에 대입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으로 실체가 밝혀진 이 지진은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했다. 당시 여당은 '그해 5월 10일 취임 후 6개월여만에 발생한 11월 15일 포항지진의 책임은 어불성설일뿐, 고향에서 친환경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사업을 본격 추진한 이명박 정부가 재앙의 진원'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지열발전사업이 국내에서 처음 추진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김대중 대통령 재임 때였다. 따라서 대통령 집권 기간이라는 길다란 자 위에다 잼버리 준비 기간을 올려놓고 재보는 논박은 국정 시스템에 대한 단견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 살아 있는 권력인 윤석열 정부의 책임부터 먼저 따져보자. 유가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현 정부에게도 출범 초기에 겪은 이태원 참사는 트라우마로 새겨져 있을 것이다. 사태 이후 9개월여만에 나라 안팎에서 그때 희생자들보다 더 어린 청소년 4만3천여명이 염천의 뻘밭 간척지에 몰려들었다. 과연 행사장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점검했다면 개영식과 K-팝 공연장에 대원들을 밀집시켜 무더기 구급후송사태를 일으키고 급조된 식수대와 화장실, 세면장으로 한국에 국제적 망신살을 안겼을까?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의 준비 상황을 제대로 점검했었다면 사흘 사이에 K-팝 공연장을 두 번이나 뚝딱 옮겨 폭우를 뚫고 성공시키는 도깨비의 능력으로 신속하게 정상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전의 타 정부가 대부분을 추진한 사업이라도 결과는 행사가 열리는 그 시점 정부의 것이다. 행정은 정권이 여야 교체되더라도 국가 유지의 기본이 되는 대내·외 정책과 국제행사에 있어서 신뢰와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행정의 연속성’이라는 행정학의 기본 개념은 그래서 국가의 금과옥조다.
문재인 정부와 야당, 전라북도의 책임은 감사원 감사로 적나라하게 드러날테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단, 간척사업이 안정화된 계화도 서쪽 지구를 두고 지반이 불안한 해창갯벌을 선택한 결정은 세계대회 개최를 명분으로 새만금공항 건설을 위해 국비를 마구 썼다는 비난을 두고두고 받을 것이다. 현 정부에 비해 적은 칼럼 분량의 나머지는 역사가 채울 것이다.
상암동 K-팝공연에 나선 가수와 자원봉사자, 기동대원 등 우리 젊은이들의 폭우 속 땀방울로 잼버리는 기사회생했다. 그렇다고 여당이 바로 잼버리에까지 'K'를 갖다댄 건 마음에 상처를 입은 국민에게 플레시보, 즉 가짜약을 물리는 짓이었다. 늦게나마 한덕수총리가 14일 언급한 ‘어려움의 극복 보다 위기 예방이 우선’이라는 통찰이야말로 진흙을 뚫고 피어난 연꽃처럼 재난공화국 한국이 원하는 진정한 치료약이라 할 만하다. 전 국민 금 모으기와 항일해방투쟁이 아무리 한민족 위기극복의 DNA라고 한들 IMF사태와 일제강점만 돌이켜봐도 책임은 늘 백성이 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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