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도면도 못보는 토목직이 구조견적"...특단 쇄신책 예고
이한준 LH 사장, 자신 등 전 임원 사직서 제출 의사
"권한이 조직 규모 비해 과다, 구조조정도 당연"
"감리 선정된 전관으로 힘 들었다. 직원도 그럴 것"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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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1 19:57 | 최종 수정 2023.09.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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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도 못 보는 토목직이 구조견적을 맡고 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최근 철근 누락 사태의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에서 자신을 비롯한 전 임원이 사표를 제출하고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이 사장은 11일 오전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히며 "LH의 권한이 조직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 권한과 조직을 축소해 작지만 강한 조직,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중구난방식 칸막이 조직문화, 전관(예우)과 연결된 못된 관습, 안일한 제도, 국민에 봉사하지 않는 서비스 제도를 반드시 개혁하겠다"면서 "작지만 강하고 국민께 헌신과 봉사할 수 있는 LH를 만드는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모든 열정을 바쳐서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이미 시작된 경찰, 공정위, 감사원의 수사와 조사 결과를 우선 반영해 인사쇄신, 조직개선을 할 것이며 구조조정도 단행할 계획이다. 특히 인력 재배치 와 관련해 본사 전체는 물론 지역본부의 내근 조직도 대폭 줄이고 현장의 실행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5월부터 조직 쇄신 필요성을 판단하고 조직 진단 용역을 준비 하던 중 이번 사건이 터져서 잠시 보류돼 있었다. 앞으로 조직 진단 결과에 따라 최종적인 컴팩트화를 목표로 하고 그 이전까지는 태스크포스 형태로 업무를 간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 사장에 따르면 현재 주거 급여 관련 직원 600여명은 지자체에 이관했어야 하는데 해당 기관에서 어려움을 호소해 아직까지 안 되고 있다. LH가 안 해도 될 업무는 과감히 이관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특히 이날 해야 할 핵심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사장은 택지개발 업무, 주택건설 업무, 임대주택 및 서민 주거 복지 부분 등 주요 업무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택지 공급은 아웃소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지만 주택공급은 다르다며 공공분양은 현재도 민간참여형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참여형을 확대해 시공과 설계 권한을 활용하지 못하게 할 필요성을 강조한 이 사장은 감리에 대해서도 특별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LH의 감리업체 선정 권한으로 인해 전관 관련 부분이 힘들었다며 민간과 지자체처럼 권한을 없애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분양주택도 설계·시공·감리에서 LH의 권한을 과감하게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위탁하거나 넘겨 버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내부 직원도 전관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자신처럼 직원들도 힘들 것이란 의미로 읽혀진다.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주거 급여 등 업무에서 지난 정부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화로 도입된 2천400여명의 인력들로 인해 LH의 비대화가 가중됐다며 갈등요소도 많으므로 조만간 조정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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