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주점 입구에 게시된 소주 음료 메뉴판.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킬러규제 개혁 국정기조에 따른 15개 과제 선정'(본지 19일자 보도)을 계기로 해묵은 규제 개혁에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소주업계를 붙잡아온 '용입면허제'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소주업계에 따르면 1개 도에 1개 소주회사만 허가하는 이른바 '1도 1사 제도'는 지난 1996년 12월 법원의 위헌 판결로 폐지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상 소주 제조면허는 소주 제조사가 여러 곳에 공장을 운영할 경우 이 가운데 1개 공장에만 제조면허를 부여하게 돼 있다. 문제는 제조면허가 없는 타 공장에는 '용기주입면허', 이른바 '용입면허'만 부여돼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러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조면허가 없는 여러 곳의 공장들은 모두 타지의 1개 공장으로 95도의 주정을 운송, 물을 주입해 희석한 다음 다시 원래 공장으로 운송해 '병입'과 완제품 출시를 거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공정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원가 상승 요인이 되는 것은 물론 차량 연료 소모로 인해 탈탄소 친환경 시대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같은 규제의 이면에는 주무부처인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가 업계 실태를 알고 있으면서도 선뜻 나서기 힘든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소주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들의 무분별한 음주로 인한 미풍양속 저해와 의료비 지출 등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해 주류 제조업을 규제하려는 영향도 있다"면서 "지방 소주업체들의 경쟁력 저하와 피해 호소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3월 전국의 주류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용입면허의 제조면허 전환에 대한 찬반 의견 조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용입면허 업체들은 면허 전환에 찬성했다. 반면 대선주조, 보해양조 등 지방에 단일공장을 운영 중인 업체는 대기업 독과점 심화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태를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국민의 주요 기호식품인 소주의 가격인상과 과도한 물류로 인해 탄소 배출을 부추기는 '킬러규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전대학교 변승환 교수는 "정부가 내놓고 밝히기는 어렵겠지만 병입면허제 유지의 목적이 지역업체 보호라면 국민 어느 누구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주 소비자인 대다수 국민의 이익과 저탄소 녹생성장의 시대정신이 정책의 우선 순위다"고 강조했다.
특히 변 교수는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 브랜드는 M&A(인수 합병)를 통해 이미 지역의 정체성이 희석된 한계가 있지만 지역민의 애향심도 경영에 도움이 돼 왔다"면서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만큼 규제 혁신에 병행하는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