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전동킥보드 경각심 높지만...마녀사냥 우려도

5년간 면허취소 239배 폭증에도 ‘갑론을박’
‘사회적 해악’ 對 ‘4륜면허 취소 가혹’ 맞서
‘BTS 슈가 사건’ 불구 의원발의 ‘신중’ 경향
전문가 ‘PM=4륜 동급?’ 의견 반영 등 대안

뉴스포레 김건우 기자 승인 2024.08.28 12:11 | 최종 수정 2024.08.28 21:59 의견 0
청년들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모습

최근 유명 연예인의 전동킥보드 사고로 촉발된 ‘PM’(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의 처벌을 강화하는 국회의 법안 발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잉 제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폭증하는 PM 사고와 면허취소

PM 교통사고는 지난 4년 동안 급증했다.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TS)에 따르면 PM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해 2천389건으로 5년 전인 2019년(447건)에 비해 5.3배 늘었다. 같은 기간 사망·부상을 포함한 사상자 수도 481명에서 2천646명으로 5.5배 늘어났다.

관련 면허취소도 폭증했다. 2023년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PM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건수는 최근 5년 사이 무려 239배 증가했다. 2018년엔 19건에 그쳤지만 2019년 46건→2020년 115건→2021년 1503건→2022년 4542건 등 해마다 폭증했다.

천준호 국회의원 분석 자료

▲엇갈리는 여론에 법원도 고심

PM 관련 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번지자 국회는 규제 강화로 대응했다.

PM 규제 완화 이후 한 달이 채 안 된 2021년 1월 도로교통법을 재개정했다. PM 운전자에 대해 원동기 이상 운전면허 취득과 헬멧 등 보호장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 대상에도 다시 포함됐다. 다만, PM 음주운전에 대해선 범칙금 10만원만 부과하기로 했다.

양형 기준이 불분명하고 복잡한 관련 규정이 겹치면서 불복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PM 음주운전으로 4륜 자동차 운전면허까지 취소된 대상자들의 면허 취소 또는 정지 처분 취소 요구 행정소송에 대해 법원 판결도 엇갈리고 있다.

청주지법 행정1부(부장 이성기)는 2023년 4월 면허가 취소된 A씨가 충북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면허 취소·정지 처분 기준 충족 △이 기준이 헌법 또는 법률에 어긋나거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따라야 함 △음주운전에 따른 교통사고를 방지하겠다는 뚜렷한 공익 목적이 있다는 점 등에서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반면, 춘천지법 행정1부(부장 김선희)는 같은해 6월 B씨가 강원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면허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동차나 PM 외의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음주운전한 경우 징역형의 형사처벌까지 규정하는 것에 비해 PM을 음주운전한 경우 경미한 범죄로 취급해 범칙금만 부과하고 있음 △둘 사이에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하는 건 위반행위에 비해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밝혔다.

역시 대구지법 행정단독 허이훈 판사도 지난해 7월 C씨가 경북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면허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허 판사는 △PM은 크기와 속도, 무게 면에서 자동차나 다른 원동기장치자전거보다는 사고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재물에 피해를 줄 위험성이 현저히 낮음 △음주운전으로 인한 위험성이 현저히 다른 경우라면 면허 취소·정지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성이 있음 등의 이유를 덧붙였다.

▲의원 발의도 대체적 ‘신중 모드’

인기그룹 BTS(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민윤기) 사건으로 촉발된 이번 PM 논란은 초기 해명을 둘러싸고 사건의 실체를 넘어서 일파만파하는 양상으로 확대됐다. 당초 시작된 2륜 원동기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유명인의 도덕성 시비와 맞물리면서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여론으로 번진 것이다.

이후 이를 반영한 국회의원들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발의가 잇달아 보도된 가운데 법안의 대체적인 경향들이 분석되고 있다.

과태료와 벌금형을 위주로 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지만 4륜자동차에 까지 면허취소를 확대하는데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은 PM 음주운전에 대해 자동차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벌금형 강화와 속도 제한이 골자이다. △PM의 최고속도 시속 25→20km 하향 △처벌 수위는 최저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최고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상향 등이다.

같은 당 이병진 의원은 PM 대여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 △이용자 운전자격 확인 의무화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핵심이다.

역시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은 원동기장치자전거 무면허운전에 대한 처벌 수준을 ‘3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1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에 대해 배용재 변호사는 “최근 높아진 PM 음주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벌금형과 속도제한, 사업자의 책임 등 경제적 징벌과 관리책임 강화에 치중하는 경향이 드러난다”면서 “강력한 처벌로 인해 우려되는 전과자 양산과 자동차의 사회경제적 부문 확대에 따른 생계 피해에 대해 논의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PM이 원동기를 통해 동력을 얻는 만큼, 킥보드와 자전거 등과 달리 안전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지적도 있다.

김용원 기술사는 최근 “PM이 자동차와 동급으로 취급되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지금보다 사용하는 데 있어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감한다”고 말했다.

천준호 국회의원은 “PM 규제강화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약 4년이 지났지만 경찰이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면밀한 사고 분석과 예측을 통해 국민의 불편과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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