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는 다른 원인'...포항지진 항소심 본격화 '기대'

1차소송단 참여 로펌 1곳 5일 항소이유서 제출
45만여명 참여 2차 소송 1심 판결에 영향 예상
"포스코 사과 커녕 대형로펌 선임에 징벌"촉구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4.04.08 03:34 | 최종 수정 2024.04.23 16:40 의견 0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 당시 피해를 입은 포항 북구 주택가의 모습.

전세계에서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 사례 가운데 사상 최대의 피해로 기록된 2017년 규모 5.4 포항지진 피해 시민들의 1차 민사소송 항소심 재판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차 소송단 변론업무 폭주로 기존 항소심 차질

8일 법무법인 서울센트럴은 이번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인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에 항소이유서를 지난 5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로펌은 지난해 11월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1심 판결로 승소한 1차 소송인단 5만여명 가운데 일부의 변호를 맡았으며, 전담팀이 3개월에 걸쳐 작성한 181쪽 분량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2차 소송에 참여한 45만여명이 포항지원이나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1심 재판의 판결과 위자료 액수가 기존 대구고법 항소심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시민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1차 소송단의 민사 1심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1인당 최고 300만원 등 위자료 액수에 불복해 항소장이 제출됐다. 하지만 이후 2차 소송 참여인 수가 폭증하면서 소멸시효만료일인 지난 3월 20일까지 변호사들의 업무가 폭증해 항소심 준비가 차질을 빚었다.

서울센트럴이 이번 항소이유서에서 밝힌 위자료 300만원의 부당성과 상향 조정의 당위성은 유사한 지열발전소의 유발지진 사례인 스위스 바젤시와 세월호 사건, 단층파쇄대에 발전소를 가동한 정부의 중대 과실 책임 등을 고려한 결과이다.

▲정부, 파쇄대단층에 입지 선정은 "중대과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지진 중 두번 모두와 한번 피해를 입은 원고에게 각각 300만원, 200만원을 인정한 기준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6월 포항의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동연구단이 스위스 바젤시에서 확인한 지열발전소의 폐쇄된 주입공 설비. <뉴스포레 사진>


변호인 측은 재판부의 이 같은 횟수 기준 위자료 산정에는 2017년 4월 15일 규모 3.2 지진 피해도 합산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그 근거로서 2006년 바젤에서 지열발전소 가동 중 발생한 규모 3.4 지진으로 9만 스위스프랑(한화 102억여원)을 지급하기로 한 정식합의 사례를 제시했다.

항소이유서는 또 지난 2월 7일 세월호 생존자 위자료 항소심 선고에서 1인당 8천만원이 인정된 사례를 들며 포항 피해자의 금액은 4/100에 불과해 과소하다고 지적했다. 두 사건 모두 대형 재난사고로서 포항지진의 피해자들은 최소 6개월 이상 추가 지진 발생으로 인한 사망의 공포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정부조사연구단과 감사원의 보고서를 근거로 정부와 (주)넥스지오 컨소시엄의 중대과실 책임도 부각시켰다.

최근 중대재해법 시행 등 사회추세를 고려해 당초 지층이 불안한 단층파쇄대(추정단층) 지반이 있음을 알고도 포항지열발전소 부지로 선정한 책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 같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지열수 주입의 편의성을 고려해 발전소를 건설하게 한 중대 과실에 상응하는 위자료 증액의 당위성을 제시했다.

변호인은 이밖에 정부와 컨소시엄 참여사인 포스코의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포항지진 발생 이후 6년 동안은 물론 지난해 11월 16일 1심 선고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공식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이 항소심에서 대형로펌을 선임해 시민 등 포항지진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있으므로 징벌적으로 위자료를 상향해야 한다고 변호인은 지적했다.

▲1차 패소 1천867명 피해도 소명

변호인 측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지진 발생 당시 타지에 주소와 직장을 두거나 군복무, 출국 등의 사유로 패소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변론으로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타지 주소와 직장 등의 사유로 포항지진 발생일인 2017년 11월 15일과 2018년 2월 11일 포항에 체재한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피해자의 자료를 일일이 수집해 항소심에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포항에 체재했음을 밝힐 구체적인 증거로는 △카드사용내역 △구글 타임라인 추적자료 △재학증명서 △병원(요양병원) 입원확인서 △하이패스 자료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파일 날짜 △진료확인서 등이라고 제시했다.

포항지진의 진앙지 흥해읍 출신 이경우 서울센트럴 대표변호사는 "이번 항소이유서 제출로 그동안 지연 우려를 낳았던 항소심 재판의 신속한 진행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와 지역의 국민기업인 포스코가 중대과실에 공모책임자라는 사실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법인 측은 포항 육거리에 위치한 포항지진 소송 접수처 사무실에 파견직원을 배치해 승소 시민은 물론 패소 시민들의 추가 법률 대응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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