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후폭풍 거세질 듯

대통령 “예측 빗나가” 정확한 분석 실패 자인
홍보영상에 누리꾼 혹평 “언제적 강남스타일”

뉴스포레 김건우 기자 승인 2023.11.29 18:08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언론 브리핑룸을 찾아 2030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언론 브리핑룸을 찾아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윤대통령은 이날 2030 세계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에 대해 “대통령인 제 부족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국토 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고, 부산을 해양·국제금융·첨단산업·디지털의 거점으로 계속 육성하고, 영호남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경제·산업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하고 2021년 7월 부산을 가서 2014년부터 부산시민들이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 정말 애써온 열망을 목격하고, 또 정부에서 좀 지원을 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과 무관심에 대한 실망감도 느꼈다”며 “그래서 제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이 되면 범정부적으로, 유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렸다”고 했다.

또한 “당선인 시절에는 고맙게도 우리 기업들이 함께 하겠다고, 민관이 공동으로 하겠다고 참여를 해 주셔서 지난 1년 반 동안 아쉬움 없이 뛰었다고 생각을 하며, 저 역시도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해왔지만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열심히 뛰었지만 제가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끝으로 “다시 한번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부산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다. 그렇지만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기여라는 국정 기조는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사우디의 오일 머니에 진 것이 아니라 이번 실패는 '총체적인 외교 역량 부족'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부산시장을 역임한 서병수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정말 너무 충격적이다. 뚜껑을 열기 전만 해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가 있지 않았냐"며 "우리의 외교적, 정보 역량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산 시민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성과는 냉정하게 분석해야 다음에 비슷한 실패를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관에서 접촉하며 저희가 느꼈던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참모들의 '보고 시스템 부실' 우려도 제기됐다.

대전대 변승환 교수는 "대통령이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이라는 말을 할 정도면 그 데이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정확한 보고자료가 가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종 영상이 공개되자 악평이 쏟아졌다. 약 20분간 진행된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은 약 33초 분량의 영상과 함께 마무리됐다. '편집과 컨셉 자체가 촌스럽고 영상의 목적을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종 영상은 시작과 함께 가수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의 익숙한 반주가 흘러나왔다.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를 맡은 정명훈·조수미·이정재 등 유명인사들이 차례로 나서 ‘유어 초이스'(Your Choice)를 말했다. 이어 가수 싸이와 김준수 등 유명 K팝 스타들과 이정재 등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강남스타일을 배경 음악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누리꾼들은 “엑스포가 강남에서 열리는 줄 알겠다”, “언제적 강남스타일이냐” 등의 의견을 보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지난 2012년 7월 발매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곡이다. 하지만 벌써 10년도 더 지난 노래가 됐다.

한 누리꾼은 "도대체 이게 엑스포 유치 영상인지, 연예 대상 시상식 홍보영상인지 알 수가 없다"며 "부산의 매력을 어필하고 미래, 환경, 기술을 주제로 만들어야지 한국의 유명 셀럽들 총출동 영상이 뭐냐"며 행사의 목적에 대한 고민이 없이 영상을 만든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1차 투표에는 165개국이 참여했으며, 사우디 리야드가 119표를 획득하며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해 최종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로마가 17표를, 부산은 29표를 얻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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