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압축판'...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대통령은 교회에서, 당정 고위 인사들은 회의장에서
민주당 비롯한 야당과 시민단체들만 서울광장에서

뉴스포레 김건우 기자 승인 2023.10.30 15:23 의견 0
서울 영암교회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예배에서 추도사하는 윤석열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서울광장에서 29일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는 여당과 정부 측이 불참한 가운데 시민단체와 야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당초 윤석열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대통령실에서 “유가족들이 마련한 추모 행사로 생각했는데, 야당이 개최하는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 힘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1주기 행사가 열리는 서울광장 추모식장을 찾는 대신 어린 시절 다녔던 교회를 찾아 추도 예배를 드리며 고인의 명복과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추도 예배에 참석해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비통함을 안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며 "불의의 사고로 떠난 분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정부가 지난 한 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앞으로도 안전한 대한민국이란 목표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추도사에서 밝혔다.

삼청동 총리공관에서는 제14차 고위 당정협의회가 열렸다. 국민의 힘 김기현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여당의 고위 간부들이 참석해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추도식 대신 검은 양복에 검정넥타이로 회의 시작 전 묵념의 시간으로 추도식을 대신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추도사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민주당 제공)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159개의 우주, 159개의 세계가 무너진 그날로부터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유족들의 절절한 호소는 오늘도 외면받고 있다. 권력은 오로지 진상 은폐에만 급급하다. 참사의 책임을 지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참사 때도, 지금도 희생자와 유족들 곁에 없다. 반성하지 않는 마음,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오송 참사, 해병대원 사망이란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고 비판하며,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 책임을 바로 세우겠다. 10·29를 기억하며 진실 향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투쟁을 다짐했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한 시민은 “정치인들이 나라를 망친다. 청춘들의 목숨 앞에서도 정파의 이익만 따지고 서로를 헐뜯느라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며 “세월호부터 지금까지 우리 안전에 변한 게 뭐가 있나.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제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