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 이용 부당이득 11억원 편취 혐의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본지 5일자 보도)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 이후 올해 5월말 항소심 선고에서 법정구속돼 파장을 일으킨 이 전 회장(64)이 앞으로 남은 형기를 얼마나 채울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대법원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상고기각으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2심 재판부가 판시한 '이 회장은 그룹 총수이자 이 사건 미공개정보 생성·관리의 최종 책임자로서 미공개정보의 이용 횟수, 그로 얻은 이익, 차명계좌를 이용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다른 피고인들과 책임의 정도 차가 현저하다'는 주요 내용을 대부분 인용한 결과라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1심 판결문에 따른 이 회장의 주요 혐의는 이차전지 양극재 제조업체 에코프로비엠은 2020년 1월 31일 S사와 2023년까지 2조7천413억여원의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장은 이 계약으로 인한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자신의 차명 증권계좌와 자녀 명의의 증권계좌로 1월 31일부터 계약 내용이 공시된 2월 3일까지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매수해 6억1천115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1년 9월 8일에도 S사와 2026년까지 10조1천100억여원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회장은 역시 공시에 앞서 차명계좌로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매수해 4억9천757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에코프로그룹주는 이 전 회장의 징역형 확정에 즉각 약세에 들어갔다.
18일 오전 10시 31분 기준 에코프로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14% 떨어진 107만9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113만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는 하락 전환해 106만1천원까지 하락했다.에코프로비엠 역시 장중 30만5천500원까지 빠졌다가 현재 30만9천원에 거래 중이다.
이처럼 이동채 전 회장의 징역형 확정 이후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과연 남은 형기를 얼마나 채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날 오전 대법원의 판결에 앞서 일찌감치 원심 확정 등 중형 판결을 예상했다.
오경미 대법관이 인권법연구회 출신의 진보 성향인 점도 이 같은 판단의 주요 근거였다. 오 대법관은 앞선 17일에도 "변호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무법인은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상법이 정하는 '상인'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평안, 법무법인 지평, 법무법인 세종 등 대법관 출신 3명을 포함해 모두 13명으로 구성된 초호화 변호인단은 이 회장의 조기 석방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인단은 앞서 경북 포항과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에코프로그룹이 국가경제 전체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내세워 이 전 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법원의 선처를 호소해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 전 회장의 만기복역은 사실상 어려우며 오히려 원심 확정으로 인해 조기 출소의 가능성도 커졌다고 관측하고 있다.
서울 M법무법인 김모(57)대표변호사는 "법원이 신흥재벌에게도 중형을 확정하면서 자본주의 시장질서 유지와 기업가정신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는 달성됐다"면서 "형이 확정된 만큼 오는 10~11월께 보석으로 석방할 가능성도 큰 만큼 이번 판결의 결과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낙관에도 불구하고 이 전 회장을 둘러싸고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여러 논란으로 인해 지나친 기대는 섣부르다는 우려도 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회장과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기업이 에코프로비엠에 지급해야 할 신주인수권 대금 2천140억원의 처리가 2년째 미뤄지고 있다는 배임 혐의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면서 "검찰 추가 수사와 여론이 악화될 경우 법원이 보석을 허가할 명분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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