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회 전반기 부의장이 지난해 피감기관 예산을 자신이 회장인 사회단체에 지원받아 논란을 빚은 가운데 이해충돌법 논란 회피를 위해 편법을 동원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회원 명예 실추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단체 내부의 반발이 확인되면서 현 집행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지자체의 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 포항시의회 본의회 시정 질의에서 전주형 의원 등 시의원들이 제기한 시·도비 1억8천만원 지원사업의 문제가 다시 불거진 계기는 최근 경찰의 보조금 편취비리 수사 사건.
경상북도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도권 인터넷매체의 경북본부와 지역 군소언론사에 이어 타 언론사에 수사를 확대할 지에 관심이 모이면서 사회단체 지원사업도 내사설이 나돌고 있다.
포항시의원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해양쓰레기 호미반도 둘레길 및 영일만항 환경개선사업’은 경북도의회 제12대 전반기 부의장인 박용선 경북도의원이 지난해초 회장을 맡고 있던 포항의 사회단체에 예산이 지원됐다.
전 의원 등은 지난해 12월 1일 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사회단체의 해양쓰레기 수거사업 전문성은 물론 지역 유력정치인이 개입된 사업 적정성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이 단체는 사업비 3천만원을 반납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2024년 계속사업으로 예정됐던 시·도비 1억2천만원에 대한 심사가 결국 전면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전주형 포항시의원은 3일 기자 통화에서 “단체 회원 반발은 짐작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일부 지역매체의 비판 보도에 엄청나게 시달렸다”면서 “불황에 시름하는 시민들의 억대 혈세가 사업 취지에 맞게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는 소신은 변함 없으며 대다수 회원의 뜻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일 이 단체의 전직 임원에 따르면 올해 1월께 열린 총회에서 전 회장이 나서 사업비 자부담 통장의 유무를 비롯한 예산 지원 및 관리 문제를 지적하자 집행부 임원이 “자부담은 회장(부의장)이 사재로 충당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보조금 집행 및 정산 과정의 문제는 지난해초 제출된 사회단체 보조금사업 지원신청서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제보에 따른 취재 결과, 지난해 2월 1일 포항시에 접수된 신청서류에 기재된 대표자는 당시 상임부회장이었음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께 제출된 사업 증빙 자료 가운데 세금계산서와 포항세무서 고유번호증에도 단체 대표는 당시 부회장이 기재돼 있었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회장 당선에 이어 12월 1일 공식 취임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의 한 전직 공무원은 “오랜 기간 총무과와 자치행정과에서 한해 200여건의 보조금 사업을 관리하면서 궐위 등 사유가 아닌데도 단체 부대표가 신청인이 된 사례는 없었다”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포항시의원은 “이 같은 편법은 (박 부의장의)이해충돌방지법 제재 회피의 법적 차원을 넘어서 선출직 공무원은 소속된 단체에 관련 예산을 지원받으면 안 된다는 시민 눈높이의 문제”라며 “수의계약기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용선 경북도의회 의원은 본지 취재에 대해 “비영리단체는 이해충돌과 무관한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회장 임기가 짧아 상임부회장을 미리 각종 서류의 대표로 했을 뿐이며, 자부담은 단체에 빌려준 뒤 나중에 돌려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지난 1988년 설립돼 포항법원·검찰청 신설 청원, 유발지진 원인 규명 등 시민사회운동을 펴온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일이 지방의회 정치인의 청렴 의무 각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자신의 소속단체와 회원들이 그동안 포항제철 사명 변경 반대, 건설노조 파업사태 종식 등 오랜 기간 지역발전을 위해 다져온 명예에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2년 5월부터 시행 중인 이해충돌방지법은 국가 공무원은 물론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의회에도 해당되며, 위반 시 최고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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