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가 29일 임기 종료를 눈앞에 둔 가운데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한간호협회(회장 탁영란)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17개 시도간호사회, 10개 산하단체 회원 등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첫 단추는 21대 국회 임기 내 간호법안 제정"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를 지켜낸 간호사에게 남게 되는 건 배신감뿐"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집회는 '간호사의 헌신은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는 내용의 퍼포먼스에 이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까지 행진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NO, TISSUE!(노 티슈, 휴지가 아니다) 간호법 약속을 지켜라' '국민 곁을 지키기 위해 간호법 투쟁' 문구를 담은 보라색 손피켓을 들고 "21대 국회는 간호법안을 즉각 제정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국회 앞 집회에서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성명을 통해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00여 일이 지났지만, 간호사들은 오늘도 자신의 몸을 갈아 넣으며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법령으로 보호할 간호법안은 여야와 정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탁 회장은 "간호사들은 오늘도 간호법안이 없어 법적으로 보호 받지 못한 채 과중한 업무와 불법 처치는 물론 병원 운영난을 이유로 퇴직과 무급휴가 사용을 강요받고 있다"면서 "왜 국가 보건의료재난 위기 때마다 의사가 장인 병원의 갑질과 불법적 착취 속에 간호사만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간호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안전한 간호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인 간호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며 “간호법안은 근무환경 개선은 물론 안정적인 숙련 간호 인력 확보를 통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개혁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병원간호사회 한수영 회장은 "간호법안의 차기 국회 제정 추진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해도 되는 법안이 결코 아니다"며 "간호법안은 당장 국민의 생사가 오가는 전쟁 같은 의료현장에서 의지할 법 하나 없이 홀로 버텨야 하는 간호사에게 쥐어진 마지막 희망의 생명줄"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또 "간호법안은 2000년 초부터 시작된 발의와 폐기, 2023년 세번째 시도에서 최초로 본회의까지 통과됐지만 결국 폐기돼 현장 간호사들은 쓰디쓴 좌절을 또다시 겪어야 했다"면서 "상실감을 토로하는 동료와 후배들을 보면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지만 끝까지 21대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광역시간호사회 조옥연 회장도 “(코로나 팬데믹이나 의료공백 등)위기 상황에서는 늘 간호사를 대안으로 찾으면서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는 데는 왜 그토록 무심한가"라며 "21대 국회에서 희망과 실망, 기대와 좌절 그리고 배신감까지 너무도 많은 감정을 소모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더 처절했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는 대한간호협회 공식 유튜브채널 ‘KNA TV’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성명의 전문이다.
21대 국회는 국민 앞에 약속한 간호법안을 즉각 통과시켜야 합니다!
저는 오늘 간호법안 제정이 절실하다는 것을 21대 국회의원 한분 한분께 호소하고자 또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국민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의사들은 의대 증원 반대라는 자신의 눈앞의 이익을 위해 세계적 재난 위기 상황에서 환자들은 물론, 국민 안전을 저버리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우리 간호사들은 자원해서 현장을 위해 달려갔습니다. 무더운 여름, 숨조차 쉴 수 없는 밀폐된 방호복 안에서 ‘내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현장을 지켰습니다.
2024년에도 현재 전공의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또다시 의료현장을 떠났을 때, 우리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지키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자 그 자리를 지켰고, 100여 일째 지키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역사적으로 간호사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 덕분에 유지되고 발전되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간호사들이 처한 상황은 어떠합니까?
각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지도 벌써 100여 일이 지나면서 간호사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몸을 갈아 넣으며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간호사들을 법령으로 보호할 간호법안은 이미 절차상 숙의 과정인 여야와 정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오늘도 보호할 간호법안이 없어 법적으로도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과중한 업무와 불법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현재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퇴직과 무급휴가 사용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왜 국가 보건의료재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의사가 장인 병원의 갑질과 불법적 착취 속에 간호사만 희생양이 되어야만 합니까?
간호사들에게 불법을 강요하고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의 질과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급기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간호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안전한 간호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인 간호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간호법안은 법으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숙련된 간호 인력 확보를 통해 환자들에게 질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의료개혁의 첫걸음입니다.
간호법안이 제정되고 간호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간호사들은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필수의료와 지역완결형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으며, 모든 국민에서 신생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간호와 돌봄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이로서 의료선진화와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제정을 약속했던 간호법안은 뒤로한 채 여야 갈등을 이유로 국회 상임위 개최를 미루어왔습니다.
존경하는 21대 여야 국회의원 여러분, 21대 국회 임기는 오는 29일까지로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전국 53만 간호사와 12만 예비간호사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이탈한 지도 어느덧 100여 일이 되어 갑니다. 정녕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켜낸 간호사들을 범법자로 내몰 작정인지요? 지금까지 법적 안전망 약속을 믿고 자신을 갈아 넣으며 환자 곁은 지켜왔던 간호사들은 배신감과 좌절감에 낙담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간호사들은 안전한 법적 보호 없이는 현장을 지킬 힘이 없습니다. 이대로 간호사들을 버리실겁니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충을 이해해주시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나서 주십시오. 간호사들이 제대로 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안전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임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이탈한 지도 어느덧 100여 일이 되어 갑니다. 정녕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켜낸 간호사들을 범법자로 내몰 작정인지요? 지금까지 법적 안전망 약속을 믿고 자신을 갈아 넣으며 환자 곁은 지켜왔던 간호사들은 배신감과 좌절감에 낙담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간호사들은 안전한 법적 보호없이는 현장을 지킬 힘이 없습니다.
간호법 제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정신이자 보편적 건강확보와 초고령사회 간호돌봄을 위한 혁신 과제입니다. 지금 현장에서 간호사들은 오늘도 국민건강과 의료정상화를 위해 희생하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의원들에게 강력히 요구합니다.
21대 국회는 지금 당장이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간호법제정에 앞장서십시오.
21대 국회는 역사적 책무인 간호법제정을 완성해야 하고, 의료정상화를 위한 간호법안 제정, 21대 국회가 꼭 통과시켜야 합니다.
2024. 5. 27
대한간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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