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마약재활도 님비 몰이?...재활센터 '표류'
식약처와 마약퇴치본, 전국 17개 지자체에 센터 추진
민주당 이해식의원, 지역구 길동에 예정된 개소 저지
뉴스포레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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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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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파급된 마약 중독에 대처하기 위해 전국에 추진 중인 중독재활센터를 국회의원이 나서서 지역구 내 설치를 반대하고 나서자 '님비'(지역이기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번 일의 발단은 지난달 7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서울 강동을)이 ‘길동 직능단체협의회장 긴급회의'에 참석해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설치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비롯됐다.
그가 당시 밝힌 이유는 "길동지역에 마약중독자들이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없다"는 것.
이 의원의 이 같은 반대를 계기로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약퇴치본)는 서울 강동구 길동에 사무실 계약까지 마친 중독재활센터의 이달 개소 일정을 중단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5일 “현직 의원이 반대 주민들과 공식 입장을 밝힌만큼 사업 일정을 그대로 강행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길동 등 강동구 일대 마약 중독 치료 대상자들의 고충과 국민 일반의 정서 등을 고려해 강동구청과 합리적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이해식 의원 뿐만 아니라 지난 4·10총선에서 여야 후보들 모두 반대 입장을 공약하면서 불거졌다. 결국 국가적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마약 확산 근절 및 중독자 치료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주민들을 님비로 돌아서게 조장했다는 비판을 자초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여러 부처에 분산된 마약 관련 업무의 총괄부처를 식약처로 조정해 관련 조직 신설과 예산을 배정하는 등 마약과의 전쟁 선포 후속 대책을 강화해왔다.
이 같은 취지로 전국 17개 시도에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설립 계획을 수립해 지난해말까지 서울 서부와 부산, 대전 등 3곳에 이어 지난 2월 말 인천까지 모두 4곳의 센터가 개소했다.
이어 경기(수원)와 강원(강릉), 대구, 경북, 충남, 충북, 울산 등 8개 지역에 사무실 입지 선정과 계약 완료 등 개소 일정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재활센터의 이용 대상자는 당장 입원이 필요한 중증 중독자가 아니다. 사무실에는 교육장, 상담실 등이 한곳에 설치돼 인근에 거주하며 사회 복귀 의지를 가진 '단약자'들이 방문해 도움을 받는 편의시설이므로 주민 우려 사항들이 실제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최근 식약처의 ‘2023년 마약류 폐해인식 실태조사’ 결과, 국내 성인 86.3%, 청소년 70.1%가 '대한민국을 마약 청정국으로 보지 않는다'고, 성인 92.7%와 청소년 84.4%는 각각 '국내 마약류 문제가 심각하다'고 각각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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