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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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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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시절 법조 출입을 담당하면서 경험한 검사와 검찰청은 권력의 실체가 무엇이며 이를 개혁하기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를 알게 하는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검찰이 견제 장치 조차 거의 사라진 채 무소불위의 위치에 오르게 된 때는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였다.
역대 어느 권력자보다 검찰 개혁 의지가 강했던 그의 집권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국가정보원은 검찰에 대한 위력적인 견제 세력이었다. 국정원 전국 조직망의 검찰 조정관은 수시로 검찰을 출입하는 한편 룸싸롱 마담 등 정보망을 활용해 평검사와 간부들에 대해 수집한 정보를 보고했다. 그 덕분에 검찰을 출입하면서 알게 된 기관원의 제보로 전직 대통령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후원 기업인의 비리 사건 청탁을 위해 어느 지청장을 은밀히 방문한 사실을 취재해 특종보도할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친형인 노건평 씨를 비롯한 주변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이 번뜩이고 국정원 비리가 이어지자 검찰 개혁의 호기를 놓치고 말았다. 국정원의 조정관 제도와 검찰 정보보고의 폐지는 검찰 공화국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검찰은 패기와 확신으로 가득 찼던 직전 대통령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모는 지경에 까지 이르고야 말았다.
어느날 갑자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가까이에서 확인한 검사의 권력은 가히 가공할만한 수준이었다. 조국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얼마전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뒤에 배석했던 한 간부에 대한 기억이 대표적이다. 평검사 시절 그는 전직 지방의원의 불법형질변경과 산림훼손 사건을 기획해 구속 수사한 일이 있다. 그런데 제보에 의해 취재한 결과 피고인이 불법훼손했다는 산림의 면적은 검찰이 특가법을 적용해 가중처벌해야 할 만큼 넓지 않았다. 검찰이 결정적인 혐의의 근거로 판사에게 제출한 지적측량도의 작성 경위를 확인해보니 더 기가 찼다. 당시 대한지적공사의 직원은 검사가 불러주는대로 선을 그어 한 전직 시의원의 죄를 부풀리는데 도움을 줬던 것이다.
인권 침해도 마찬가지였다. 아파트사업 인허가를 위해 검찰 간부와 직원, 지자체의 전 현직 간부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전직 공무원의 사건이 특히 그랬다. 각종 지병이 있던 그는 안구의 압력이 높아져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서도 검사의 지시로 인해 교도관에게 업혀져 구치소와 조사실을 오가며 심야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검사의 플리바기닝 제의로 주변의 지인들에 대한 혐의를 계속 털어놓던 그는 지병에 따른 형집행정정지를 받았다가 종료 시점이 끝나 재수감을 앞둔 전날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다.
물론 검찰 출입의 경험으로 검사들의 부정적 면모만 과장하고 싶은 의도는 전혀 없다. 특수 사건 담당 검사실에는 엉망으로 구겨진 트레이닝복 하의가 어김 없이 걸려 있었다. 중요한 기획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실에 한밤 중에도 불이 환하게 켜진 모습을 볼 때는 출입기자로서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경찰에 비해 검사 취재가 훨씬 까다롭고 빈곤한 팩트로 인해 기사 작성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마치 복잡한 퍼즐을 푸는 것처럼 보도된 기사의 파급력과 보람도 비례했다. 기자로서 가장 자부심을 갖게 되는 그런 경험은 사명감으로 뭉쳐진 일선 검사들의 피와 땀의 덕분이었음을 소중한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다.
조국 사태로 인해 검찰 개혁이 모든 개혁의 꼭대기에 올랐다. 지금과 같은 견제 장치 없는 검찰 권력은 합리적으로 제어돼야 한다. 문제는 속도와 정치사회적 논의 방식이다. 한 사회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명사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총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법 인식의 한계를 공언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정치9단으로 불리는 정치인이 영장심사를 담당한 판사에게 사람 냄새 나는 결정을 주문한 일도 마찬가지였다. 판사는 검찰의 혐의 소명이 충분하더라도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법률적 판단에 이르면 피의자에 대한 영장청구를 기각하면 된다.
우리 사회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 방안의 최적정 수준은 검사 스스로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지금처럼 중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에게 검찰 개혁의 결과를 실시간 이행할 것을 강요하는 듯한 방식으로는 검찰의 국면 전환 의지와 시도만 부추길 우려가 크다. 한국의 기형적 검찰 위상은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가 상징하는 우리 정치구조의 산물이기도 하다. 5년 마다 생사가 뒤바뀌는 권력에 대해 마치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하듯 칼을 들이대는 검찰 권력으로 인해 최고 권력의 입가는 미소와 분노가 교차해왔다. 소탈하고 권력욕을 과시하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아마 지금쯤 한국의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결국 검사 위에는 대통령이 있으며 검찰 개혁의 열쇠는 권력의 분산에도 있다.
*이 칼럼은 2019년 10월 게재된 <폴리뉴스>와의 협의 아래 전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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