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이슈]'일본문제'와 거함 야마토·무사시의 교훈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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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11:23 | 최종 수정 2024.02.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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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정한론’을 주장하며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일본 군국주의 원조 이론가와 정치가들은 자주 ‘조선문제’를 거론했다. 이 논의에 언명을 편 그들의 태도는 조선이 가진 문제를 따지는 차원을 넘어서 ‘문제조선’이라는 오만함이었다. 그 종통을 이은 아베 수상이 최근 한국에 공세를 펴고 있는 무역 제재를 설계하면서 그 두뇌와 마음의 언저리에는 ‘조선문제’라는 도그마가 도사렸을 것이다.
그 시나리오는 뻔하다. "침략역사의 부채에 밀릴 수만은 없다. 어차피 경제 재건에 궁했던 한국은 65년 식민지 배상이 핵심인 한일협정 비준을 선택한 과거가 있다. 반도체로 재미를 보는 한국이지만 어차피 재주를 넘는 곰인 수지에서 무역제재는 먹힐 것이다. 국제 여론은 ‘김정은 대변인’ 프레임을 문재인 정부에 덧칠하면 피할 수 있다. 국민의 결집은 진영 논리에 고박된 한국여론의 분열적 냄비근성이 자발적으로 제어한다. 54년 전에도 한국은 협정을 반대하는 민족주의 세력과 ‘불의와 매판’의 대일 종속세력으로 격렬히 갈라졌다."
참의원 선거를 비롯해 이 가운데 상당 수는 그의 의도가 적중했다. 한국의 여론은 거대권력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느닷 없는 ‘오역’과 ‘가짜뉴스’ 소동 끝에 ‘유감’과 ‘수사의뢰’를 거론할 만큼 중구난방이다. 일본의 무역제재에서 벗어나는데 안간힘을 쓰는 한국사회는 지금 ‘문제한국’은 아니지만 ‘한국문제’를 걱정해야 할 만큼 위기 극복 역량에 대한 자성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관료의 역량에서도 이번에 차이가 드러났다.
일본이 2004년 전세계 199개국 중 전략물자 수출심사 특혜국 목록인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에 29개국을 선별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것은 안보 취지의 특혜였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대법원의 일제 식민지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국 제외 카드를 내보이며 나름의 명분을 준비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전 주일대사를 중심으로 상무관 등 외교부의 경제라인이 청와대 보고 등 책임을 소홀히 했다. 한국 정부는 이미 1998년 신한일어업협정 체결과정에서도 졸속 대응해 어민들의 이익을 가로채였으며 종군위안부 합의라는 역사의 독배를 덥썩 받아든 과오가 있다.
주도면밀한 일본 관료에게 한국의 상대들이 밀리는 형국이라면 국민들은 어떨까.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과정에서 롯데의 일본기업 논란은 일부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가짜뉴스의 전형이 되고 있다. 롯데는 지배구조가 일본에 편중돼 있지만 국내에서 고용하고 소비재를 공급하며 납세를 하는 엄연한 한국기업이다. 한국에서는 5대 그룹의 위상이지만 일본에서는 비상장 기업으로서 경제계 영향력도 미미한 한국기업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 2015년 검찰 수사와 경영권 다툼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롯데로서는 이번 사태가 매우 억울할 것이다.
롯데는 2017년 미국의 사드 배치 사태로 인한 미중 갈등의 와중에서 중국 내 롯데마트 전 매장 철수를 결정하며 최대 조 단위 손실의 희생양이 됐다. 이런 위기의 롯데는 지난 5월 미국에 3조6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공장을 준공했다.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를 유치한 트럼프가 지난 6월 30일 방한 당시 재계 총수 18명 초청간담회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을 추켜세운 결과는 당연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한 열쇠를 쥔 트럼프는 공교롭게도 그날 판문점에서 북한의 김정은과 역사적 회동을 했다. 이처럼 기업이 국가 간 갈등에서 희생양이 되는 한편에서 국가 협력을 매개하기도 하는 사례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국익을 걱정하는 소비자의 외국기업제품 불매운동에 편승한 기업 마타도어는 우리 한국이 치를 떠는 미중일 패권주의의 무자비한 폭력과 다를 바가 없다.
일본은 무엇이든 항상 주도면밀하게 준비하는 국가이다. 하지만 군국주의에 국가정신이 유혹받는 순간 허무한 종말을 맞았다. 그 좋은 예가 태평양전쟁 당시 전 세계 최강을 자랑한 ‘일본제국주의의 상징’,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다. 세계 열강의 해군이 각축한 ‘거함거포주의’의 산물인 이 쌍둥이함은 모두 일본 가고시마와 필리핀 앞바다에 수장되는 운명을 걸었다. 세계 해전이 전함 간 함포전에서 항공모함과 연계된 공중전으로 진화하는 추세를 못 읽은 결과이다. 사정거리 38km, 구경 46cm의 주포9문이 발사하는 진동으로 인해 기관포들의 명중력이 엉망이었던 거함 야마토는 연합군 전투기 300여대의 집중 공격을 받고 허무하게 침몰했다.
군국주의자 아베의 불순한 의도는 ‘대북제재 불이행 의심국가 한국’이라는 공세가 허위로 판명됐듯이 치명적 허점이 있다. 당대 세계 최고 기술력의 산물이었던 일제의 거함들이 무너졌던 이유는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고 무력의 우위를 신봉한 군국주의의 태생적 패착 때문이었다. 인류사를 모욕한 전범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갈수록 더 엄격해지고 있다.
*이 칼럼은 2019년 7월 게재된 <폴리뉴스>와의 협의 아래 전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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