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겨울의 집' '총구에 핀 꽃' '슬로우 불릿' 등 분단과 전쟁, 그리고 한국사회와 인간의 문제에 줄곧 시선을 놓지 않아온 이대환(65)작가가 남북 분단에 뿌리가 이어진 작품들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 작가는 5일부터 문학 전문 인터넷 매체 '문학뉴스'가 새로 마련한 '다시 읽는 문제작'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2차례 장편소설 '붉은 고래'의 연재를 시작했다. 지난 2004년 모두 3권으로 출간돼 주목을 받았던 '붉은 고래'는 20년 만에 다시 독자들과 유영하게 됐다.
작가는 현재 절판 상태인 '붉은 고래'를 연재가 끝나는 2025년 여름 무렵 '굵직한 단권'으로 복간할 계획이며 이번 기회에 여러 곳을 손질할 생각도 하고 있다.
장편소설 '붉은 고래'의 주요 인물은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포항 출신의 허씨 삼형제이다. 맏이는 재일 조총련 간부, 중간은 남한 정권의 권력자, 막내는 남한에서 성장하여 일본의 큰형을 만나고 북한에 들어갔다가 남파된 후 십수 년 옥살이를 하고 나온다. 책 발간 당시 이들이 과연 작가의 상상력이 가공해낸 인물인지, 실존 인물인지를 두고 화제가 되기도 했을만큼 한국현대사의 풍부한 서사로 채워졌다는 평을 받았다.
책의 맨 앞에 적힌 '넘어설 경계도, 지켜설 경계도 없는 자유로운 바다에서 맘껏 호흡하며 찬란하게 유영할 그날을 위해'라는 짧은 문장이 암시하듯 남북과 이념, 인간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문제의식이 줄거리로도 느껴진다.
소설의 첫 장면은 공민권을 회복한 막내(허경욱)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작은형의 아들(허시우)과 조우한 모습이다. 이후 둘이서 한 달을 바쳐 유럽 대륙을 거의 한 바퀴 돌게 되며, 여행길에서 삼촌은 틈틈이 조카에게 가족사(삼형제의 인생)를 들려준다. 여정의 종착은 모월 모일 모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이다. 기필코 만나야 하는 사람이 기다리는데, 그는 북한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맏형의 아들이다.
이대환 작가는 연재를 시작하며 "세월 참 빠르다. 인생은 더 빠르다. 빠른 것은 전진의 자취를 남겨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민족 현실, 남북 관계는 나쁜 궤적을 그려놓았다. 그것을 '번복의 반복'이라 불러도 되겠다"면서 "21세기 들어 한국 소설도 분단 현실을 줄곧 유기해오고 있다. 그래서 '붉은 고래'가 다시 불려 나와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대환 작가는 이처럼 분단을 직접 다룬 작품 외에도 실향의 아픔을 새로 정착한 한반도의 호미곶 어귀에서 문학으로 꽃 피워낸 한 작가의 삶을 돌아보는 일로도 채워가고 있다.
평양 출신으로서 미국을 거쳐 다시 서울에서 경북 포항으로 이주해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명수필 '보리'의 작가 흑구 한세광의 삶과 문학을 담은 새로운 형식의 평전이다. 제목은 '모란봉에 모란꽃이 피면 평양에 가겠네', 부제는 ‘Han's Aria 한흑구 아리아’이다.
이대환 작가는 집필 동기에 대해 "포항시장이 의기를 세워서 포항시가 한흑구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을 만큼 그의 숨겨진 삶과 문학적 가치는 높다"면서 "비록 오래 지각을 했어도 너무 당연한 일에 대해 후학으로서 우리나라 독서계와 포항시민에게 선생의 진면모를 제대로 알리려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전체 집필계획에서 이제 한흑구 선생이 권력·명성·돈이 보장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솔가해 12시간의 중앙선 완행열차를 타고 영일만 수평선으로 막 해가 솟아오른 시각에 포항역 광장에 닿은 부분을 채워넣었다고 했다.
'모란봉에 모란꽃이 피면 평양에 가겠네'는 언론 매체의 매일 1회 집중 연재를 거쳐 새해맞이 무렵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대환 작가는 포항에서 출생해 민족문학작가회의 감사·경북지회장을 맡고 있으며 '미완성의 돌'(1980) '말뚝이의 그림자'(1983) '조그만 깃발 하나'(1995) '겨울의 집'(1999), '슬로우 불릿'(2001), '박태준 평전'(2004), '총구에 핀 꽃'(2019) 등이 주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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