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토론 중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사진= MBN 캡쳐)

'침묵의 나선 이론'이란 다수의 목소리를 두려워해서 소수가 침묵한다는 이론이다. 지금 대선 국면은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의 아들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바람이 불기도 전에 풀이 먼저 눕는다'는 냉소가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대다수의 언론과 친위세력들이 그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시한 채 그 발언을 전한 메신저만 욕을 하는 본말전도의 현상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견지망월'(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 봄)의 집단 가해를 연상케 할 정도이다.

마지막 TV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젓가락’ 발언으로 대형 사고를 쳤다. ‘내란세력’에 대한 프레임을 짜고 입법독재를 기반으로 ‘이버지'(이재명 아버지)를 위하겠다는 일념 아래 너도나도 충성 경쟁하듯 사법부를 몰아치는 민주당에게 좋은 먹잇감을 준 것이다. 국민의힘이 ‘괴물 독재정권론’으로 맞서자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 있던 진보 세력에게 이준석 스스로가 마녀사냥의 희생물이 됨을 자초했다.

이준석은 이번 대선에서 자금도, 조직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직 방송토론회만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있는 기회였던 만큼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로 공격을 가했다.

그의 주요 타격 대상은 계엄과 탄핵, 그리고 부정선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아니었다. 그의 전략은 불법 계엄을 해제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수괴에 대한 탄핵에 앞장 섰지만 자신은 정작 온갖 부정과 불법으로 얼룩져 있는 이재명 후보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보수후보임을 부각시키는 데 있었다.

이 후보는 첫 TV 토론에서부터 이재명 후보의 ‘호텔 경제학’과 ‘커피원가 120원’ 발언에 대해 거칠게 몰아붙이며 이재명 후보와 각을 세우며 토론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가 그의 송곳 같은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보다는 토론 태도를 지적하며 쩔쩔 맬 정도로 이준석의 명석함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계기로서 충분했다.

그의 의도대로 방송토론은 한 자리 수로 지지부진했던 지지율이 두자리 수로 뛰어오르는 전기가 됐다. 특히 국민의힘으로부터 단일화 압박에 시달리며 좌고우면했던 이 후보에게 완주할 수 있는 모멘텀도 주어졌다.

지난 3차의 마지막 방송토론과 29일 시작된 사전투표를 앞두고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단일화’였다. 윤석열의 불법 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지게 된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독주체제였다. 오직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한번 해볼 만한 선거로 만들기 위해서는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져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단일화 추진 인사들은 물밑에서 이번 대선 후보는 김문수 후보가 가져가고, 혹시라도 김문수 후보가 당선될 경우 '40대 총리론'을 내세웠고, 낙선된다 하더라도 이준석 당 대표라는 당근으로 ‘단일화’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를 부정하고, 단일화 요청 전화로 선거운동이 방해받는다며 전화기를 수신 거부 상태로 돌릴 정도로 단호하게 거부반응을 보였다.

여기에다 이준석 후보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김종인 전 의원은 “이준석 후보가 이번 선거를 완주함으로써 미래의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다”고 응원했다. 또 경선 패배 후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하와이에 체류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준석에게 투표하는 것은 사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힘을 실어주었다.

이런 기세에 힘 입어 이 후보는 2차 방송토론 이후 이재명과의 양자 토론에서 김문수 후보와 거의 대등한 무게감을 가져옴으로써 마지막 3차 토론에서 확실하게 보수 적자의 승기를 잡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그것은 바로 현재 가장 유력해 보이는 대통령 후보 가족의 리스크였다. 윤석열의 김건희, 문재인의 김정숙과 그의 딸 논란에 연관 지어 이재명과 그 가족의 위험성을 알리는 전략은 회심의 카드였다. 이재명의 형수 욕설과 함께 아들의 비뚤어진 성 관념과 욕설을 만천하에 알림으로써 이재명을 가장으로 둔 가족 전체의 부도덕함은 도저히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고 그 대안은 바로 이준석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이었다. 오직 목표만을 생각하다보니 과정의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한 주의를 상실했다. 이준석의 명백한 자충수였다. 이준석은 그 발언에 대한 질책을 달게 받고 반성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본질은 이준석이 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막말을 전한 책임이 이준석에게 있다면 근본적으로 그 발언을 한 사람의 책임이 더 큰 것은 상식이다. 이재명의 아들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그 발언으로 상처받은 사람은 없는지부터 살피는 것이 이준석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사람들까지 치유하는 방법이다.

윤석열의 계엄은 잘못되었고 그로 인해 그는 탄핵되었다. 아무리 그의 과오가 크다 하더라도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을 찬성한 대다수가 이재명과 그 가족의 부도덕함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대통령과 그 가족이라는 또 다른 괴물을 탄생시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